모범형사(2020) 현실적인 수사 방식과 두 형사의 대비

모범형사(2020) 드라마 스틸컷 이미지

 

모범형사(2020) 드라마는 자극적인 반전이나 초인적인 형사를 내세우지 않는 수사물입니다. 대신 이 작품은 수사가 얼마나 느리고, 얼마나 많은 선택과 타협 위에 놓여 있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저는 모범형사를 보며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보다 “정의에 다가가는 방식은 왜 이렇게 다를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이 오래 남았습니다. 이 드라마는 한 사건을 둘러싼 수사 구조와, 그 수사를 수행하는 두 형사의 태도를 대비시키며 진실에 접근하는 서로 다른 방법을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모범형사의 수사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그리고 인물 대비가 서사의 긴장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중심으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모범형사가 설계한 수사 구조의 현실성

모범형사의 수사 구조는 빠른 전개보다 축적에 가까운 방식을 택합니다. 하나의 사건은 단서 하나로 급격히 진전되지 않고, 작은 의심과 반복되는 확인 과정을 통해 조금씩 드러납니다. 저는 이 구조가 시청자에게 즉각적인 쾌감을 주지는 않지만, 수사가 현실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고 느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수사는 개인의 직감보다 기록과 증거에 의존합니다. 진술서, 보고서, 과거 판결문 같은 문서들은 단순한 배경 소품이 아니라, 사건을 다시 해석하게 만드는 핵심 도구로 작동합니다. 한 번 내려진 결론이 얼마나 쉽게 고착화될 수 있는지도 함께 드러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수사가 항상 정의를 향해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조직의 압박, 여론의 시선, 시간의 부족은 형사로 하여금 현실적인 선택을 강요합니다. 모범형사는 이 지점을 미화하지 않고, 수사의 한계와 타협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사건이 재조명되는 과정 역시 극적인 반전보다는 축적된 의심의 결과로 그려집니다. 작은 불일치들이 쌓여 기존의 결론을 흔들고, 그 흔들림이 다시 수사를 시작하게 만듭니다. 저는 이 구조가 수사를 영웅의 활약이 아니라 끈질긴 노동으로 인식하게 만든다고 느꼈습니다.

두 형사의 대비가 만드는 서사의 긴장

모범형사의 가장 큰 긴장은 사건 자체보다 두 형사의 태도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한 형사는 경험과 책임을 중시하며, 조직 안에서 버텨온 사람입니다. 다른 형사는 원칙과 이상을 더 강하게 믿고, 타협에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이 대비는 단순한 세대 차이를 넘어, 수사에 대한 철학의 차이로 확장됩니다.

저는 이 인물 대비가 누가 옳은지를 쉽게 판단하지 않게 만든다고 느꼈습니다. 경험을 중시하는 태도는 현실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잘못된 결론을 유지하게 만들 위험도 안고 있습니다. 반대로 원칙을 중시하는 태도는 정의를 향한 추진력이 되지만, 조직 안에서 고립될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두 형사는 서로를 보완하기보다 계속해서 충돌합니다. 이 충돌은 갈등을 위한 갈등이 아니라,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저는 이 점에서 모범형사가 팀플레이를 이상화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중요한 변화는 두 인물이 서로의 방식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각자의 한계를 인식하게 됩니다. 경험은 원칙 없이는 위험해지고, 원칙은 현실 감각 없이는 무력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서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수사 드라마가 남기는 정의의 무게

모범형사는 정의를 쉽게 보상하지 않습니다.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서 모든 상처가 치유되거나, 모든 책임이 명확해지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이 드라마가 수사물의 환상을 의도적으로 거부한다고 느꼈습니다.

정의를 선택하는 순간, 또 다른 책임이 뒤따릅니다.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는 일은 개인의 용기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조직과 사회 전체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모범형사는 이 부담을 형사의 개인적 고뇌로만 축소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드라마는 정의가 항상 환영받는 선택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진실을 드러내는 행위는 누군가의 안정을 무너뜨리고, 이미 만들어진 질서를 흔들 수 있습니다. 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 남습니다.

결말로 갈수록 수사의 성과보다 수사를 수행한 사람들의 태도가 더 중요하게 부각됩니다. 무엇을 밝혀냈는가보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가가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으로 남습니다.

모범형사(2020)는 수사 구조와 인물 대비를 통해 정의의 복잡함을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수사는 영웅적인 결단이 아니라, 반복되는 확인과 책임의 연속으로 그려집니다. 서로 다른 두 형사의 태도는 어느 하나의 정답이 아닌, 정의에 다가가기 위한 긴장의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이 점이 모범형사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수사 드라마로 남게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