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2023) 정체성 서사와 사회적 메시지
마스크걸(2023) 드라마는 공개 직후부터 강한 불편함과 충격을 동시에 남긴 작품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며 “잔인하다”거나 “자극적이다”라는 반응보다, 왜 이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방식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계속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스크걸은 범죄 드라마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은 정체성이 어떻게 파괴되고 재구성되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한 개인의 일탈을 그리는 대신, 그 일탈을 만들어낸 사회적 시선과 구조를 끝까지 놓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스크걸의 정체성 서사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서사가 어떤 사회적 메시지로 확장되는지에 대하여 자세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마스크걸이 설계한 정체성 서사의 구조
마스크걸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인물을 하나의 얼굴로 고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서로 다른 얼굴과 이름, 역할을 갖게 됩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캐스팅 실험이나 반전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정체성이 외부의 시선에 의해 어떻게 규정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구조적 선택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정체성은 내면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누가 되고 싶은가보다, 어떻게 보이는가가 먼저 결정됩니다. 회사에서는 투명한 존재로 취급되고, 온라인에서는 과잉 소비되는 대상이 됩니다. 저는 이 대비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얼마나 쉽게 분열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마스크’라는 설정은 숨김과 해방을 동시에 의미합니다. 얼굴을 가렸을 때 비로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역설은, 정체성이 얼마나 조건부로 허용되는지를 드러냅니다. 주인공은 가면을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존재이고, 가면을 쓰는 순간 과도하게 소비되는 존재가 됩니다. 이 양극단은 결코 안정적인 정체성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저는 마스크걸이 주인공의 선택을 단순한 욕망이나 허영으로 설명하지 않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선택은 늘 환경과 시선의 결과로 제시됩니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점점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누적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서사는 개인의 책임과 사회의 책임을 동시에 묻습니다.
시선과 폭력이 만들어낸 분열된 자아
마스크걸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보는 시선’입니다. 타인의 평가, 댓글, 소문, 왜곡된 관심은 물리적 폭력 못지않은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이 드라마는 시선이 어떻게 폭력이 되는지를 매우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이 작품이 피해와 가해의 경계를 쉽게 단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주인공은 분명 피해자이지만, 동시에 가해자가 됩니다. 그러나 이 전환은 성격의 변화가 아니라,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된 결과로 제시됩니다. 폭력은 갑자기 탄생하지 않고, 무시와 조롱, 대상화의 연장선에서 축적됩니다.
정체성의 분열은 기억과 감정의 단절로 이어집니다. 스스로의 행동을 설명하지 못하고,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거나 지워버리려는 시도가 반복됩니다. 저는 이 과정을 보며 이 드라마가 정신적 붕괴를 선정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매우 구조적인 문제로 다루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여성 인물의 신체와 외모가 어떻게 서사의 중심 갈등이 되는지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아름다움은 기회가 되지만, 동시에 가장 취약한 지점이 됩니다.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곧 파괴의 원인이 되는 모순이 서사 전반을 관통합니다.
개인의 비극으로 축소되지 않는 사회적 메시지
마스크걸이 강렬한 이유는, 이야기를 개인의 비극으로 끝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는 끊임없이 질문을 확장합니다. 누가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그리고 이 구조는 지금도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저는 이 작품이 도덕적 교훈을 쉽게 제시하지 않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선과 악의 구분은 흐려지고, 책임은 분산됩니다. 관객은 특정 인물을 비난하며 안도할 수 없고, 자신이 속한 환경과 태도를 돌아보게 됩니다.
특히 미디어와 대중의 역할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핵심 요소로 작동합니다. 소비는 무심하고, 관심은 잔인하며, 잊히는 속도는 너무 빠릅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삶은 서사로 소비되고, 그 이후의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 점에서 마스크걸이 현대 사회의 집단적 무책임을 날카롭게 짚어낸다고 느꼈습니다.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이야기는 구원이나 속죄보다는 질문을 남깁니다. 이 모든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답은 제시되지 않지만, 불편함은 끝까지 유지됩니다. 저는 이 불편함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의도한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마스크걸(2023)은 정체성 서사를 통해 사회적 폭력의 구조를 드러낸 작품입니다. 한 개인의 파괴는 우연이 아니라, 시선과 평가, 소비가 축적된 결과로 제시됩니다. 이 드라마는 관객에게 연민보다 성찰을 요구하며, “나는 이 구조에서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남깁니다. 저는 이 점이 마스크걸을 불편하지만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작품으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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