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D.P.(2021) 군대 현실 배경과 에피소드 구성

 

D.P.(2021) 드라마 스틸컷 이미지

드라마 D.P.(2021)는 군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군대 이야기만을 다루는 작품은 아니라고 느껴졌습니다.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특정 인물의 비극보다, 왜 그런 비극이 반복되는가에 가깝습니다. 저는 D.P.를 보며 가장 불편했던 지점이 동시에 가장 설득력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라마는 감정을 자극하는 장면을 만들지만, 그 감정을 쉽게 해소해주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D.P.의 군대 현실 배경이 어떤 방식으로 서사의 토대가 되는지, 그리고 에피소드 구성이 어떻게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되는지를  정리해보려자 합니다.

D.P.가 선택한 군대 현실 배경의 의미

D.P.의 군대 배경은 단순한 사실 묘사를 넘어, 이야기 전체를 지탱하는 구조적 장치로 작동합니다. 이 드라마의 군대는 영웅담의 공간도, 성장 서사의 무대도 아닙니다. 대신 규칙과 위계, 그리고 침묵이 일상처럼 작동하는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설정은 군대를 하나의 조직이 아니라, 구조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드라마가 극단적인 사건보다 일상의 반복을 더 많이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폭력은 특별한 순간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농담처럼 던진 말과 무심한 명령, 그리고 방관 속에서 축적됩니다. D.P.는 이 축적의 과정을 꾸준히 보여주며, 어느 순간 터져 나오는 사건이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군대라는 공간이 가진 폐쇄성 역시 중요한 배경 요소입니다. 외부와 단절된 환경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준도 내부 논리에 따라 재정의됩니다. 잘못된 일이 발생해도, 조직의 체면과 질서가 개인의 고통보다 우선시됩니다. 저는 이 점에서 D.P.가 군대의 문제를 개인의 성격이나 운으로 환원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문제는 늘 구조 안에서 발생하고, 구조는 개인의 선택지를 제한합니다.

결국 이 드라마가 설정한 군대 현실은, 누군가를 악인으로 만들기 위한 배경이 아니라, 모두를 침묵하게 만드는 환경으로 기능합니다. 이 환경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는 흐려지고, 방관자는 늘어납니다. D.P.는 이 불편한 풍경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태도를 유지합니다.

에피소드 구조로 드러나는 구조적 폭력

D.P.는 명확한 목표를 가진 에피소드형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매 회차마다 탈영병을 추적하는 임무가 주어지고, 그 과정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됩니다. 이 구조는 시청자가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지만, 동시에 반복되는 패턴을 인식하게 만듭니다. 저는 이 반복이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를 강화한다고 느꼈습니다.

각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 인물을 다루지만, 고통의 원인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폭력의 형태와 강도는 다르지만, 무시, 침묵, 방관이라는 공통 요소가 반복됩니다. 이 반복은 사건을 개별적인 비극으로 소비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시청자는 점점 ‘왜 또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를 묻게 됩니다.

에피소드형 구조의 장점은,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도 불편함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탈영병은 잡히거나 돌아오지만,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느낌은 거의 남지 않습니다. 이는 의도적인 설계로 보입니다. D.P.는 해결의 쾌감을 제공하기보다, 해결되지 않는 구조를 계속해서 상기시킵니다.

개인적으로 이 방식이 가장 힘들게 느껴졌던 이유는, 시청자가 감정적으로 안전한 위치에 머무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에피소드에 공감하고 나면, 다음 에피소드에서 비슷한 구조가 다시 등장합니다. 이 반복은 연민을 피로로 바꾸고, 결국 분노와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이 감정의 이동이 D.P.가 의도한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개별 이야기들이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되는 방식

D.P.의 에피소드들은 각기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으로 점점 수렴됩니다. 그 질문은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이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누구인가”에 가깝습니다. 주인공들은 탈영병을 쫓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점점 그 역할 자체에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저는 이 드라마가 관객에게 주는 가장 큰 불편함이, 주인공 역시 구조의 일부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점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들은 피해자를 이해하지만, 동시에 조직의 명령을 수행합니다. 이 모순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습니다. 이로 인해 드라마는 영웅 서사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개별 에피소드에서 쌓인 감정은, 후반부로 갈수록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됩니다. 그것은 변화의 가능성보다는,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 가깝습니다. D.P.는 당장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지점까지 관객을 끌고 갑니다.

D.P.(2021)는 군대 현실이라는 배경을 통해 개인의 비극을 구조의 문제로 확장하는 드라마입니다. 에피소드형 구성은 반복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고, 각 이야기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저는 이 드라마가 강렬했던 이유가, 답을 주지 않으면서도 질문을 회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D.P.는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작품으로 남습니다.